a romance/鬼灯の冷徹

[호냉]귀백흑

no_R 2015. 4. 8. 02:47




무어가 그리 서글픈지 온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이의 등을 보면서, 흑택은 기어코 코끝으로 길게 한숨을 몰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탁자의 등불마저 없이 오롯이 밤의 희미한 빛에 의지하여 드러난 실루엣은 한없이 초라하고 쓸쓸하다. 시트위로 늘어진 그림자처럼 서러움이 한 꺼풀 내려앉아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가늘게 눈을 흘겨 뜨고 소리 없이 지켜보다가 이내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그와는 달리 반대편에 걸린 귀걸이가 기울어지는 방향에 따라 흘러내린다. 불편함? 지금 이걸 불편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던가. 고작 불편함? 고민을 거듭할 것도 없이 흑택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다. 고작 그것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이건 불쾌함이다. 아무리 참아 삼키려 하더라도 견뎌낼 수 없을 지경의 노여움을 몰고 오는, 흡사 지옥의 칠흑화염을 빼어 닮은 그런 불쾌함. 찌르르- 가슴 깊은 곳을 후벼 파오는 익숙하지 않은 통각은 손끝으로까지 내달린다 싶다가도 이내 뱃속에 묵직하게 똬리를 틀고 앉아버린다. 그 무게가 점점 더 저 등을 바라보고 있는 감정을 사납게 들쑤신다. 어떻게 해야 이것을 풀어낼 수 있을까. 사고를 깊이 파고들어갈수록 해결될 것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만 접어야 하는데도.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아무리 이런 존재라 한들, 삼라만상에서 빚어진 자의 반신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리석다 하여도 그만둘 수가 없다. 그 빌어먹을 오니의 목을 꺾어버려야 이 화염이 꺼져들까.

 


白.

…….”

.”

 


조용히 불러봤지만 돌아보지 않는다. 그저 처연하게도 웅크리고 있을 뿐이다. 결국 또 다시 한숨을 몰아 내쉰 흑택은 그 뒤로 다가가 감싸듯 그 등을 끌어안았다.

내 가엾고 가여운 반신아. 내 사람아.

어찌하여 만물에서 비롯된 네가 고작 그 오니에게 눈이 멀게 되었느냐. 어찌하여 이리 홀로 마음아파 눈물도 없이 울고 말아.

 


외로운 편련片戀이라. 이미 거절당해버린 마음만큼 더 서럽고 슬픈 것이 세상어디있을지고.





#멘션받은_커플링으로_낼맘은없는_동인지_한문단쓰기 해시태그로 썼는데 어쩌다보니 이만큼이나...

청람님께서 주신 [귀백흑]인데 막상 써놓고 보니이건 뭐 그냥 흑백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