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딸기타르트
Strawberry Tarte
-소꿉친구와 귀찮음의 상관관계.
냉장실에서 꺼내든 동글동글한 반죽을 하얀 손이 납작하게 톡톡 눌러 쳐댄다 싶더니, 이내 달라붙지 않도록 밀가루를 뿌려놓은 도마 위로 올려놓고는 밀대로 넓게 눌러 피기 시작한다. 밀대가 반죽 위를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작은 체구가 흔들흔들, 만드는데 방해가 된다면서 하나로 모아 높이 올려 묶은 긴 머리카락 끝도 팔랑팔랑 춤을 춘다. 그 움직임을 느릿하게 따라가다가, 다시 네가 만들고 있는 반죽으로 시선을 내렸다. 처음엔 도와준다고 옆에 있긴 했는데, 막상 할 게 없어서 맞은편에 얌전히 앉아 구경이나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면 안 되지 않나~. 싶은데 말이지. 그러나 한편으론 손만 댔다 하면 주위를 초토화 쳤던 제 전적이 머릿속을 주마등으로 스쳐지나감에 역시 얌전히 있는 편이…, 하며 마음을 접게 된다. 오죽했으면 가족인 오빠마저도 너는 그냥 얌전히 있어주는 게 도와주는 거야. 라고까지 하겠는가. 치-이. 그러는 지는 얼마나 잘 만든다고 나한테 다 그런담? 뾰루퉁하게 입술을 삐죽거리고 있자, 반죽을 피다 말고 얼굴이 못나다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다.
썩 유쾌한 웃음소리에 친오빠가 했던 악담을 떠올려 불편해졌던 마음이 풀리며 자연스럽게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우리 집의 바보 때문에 말이지. 고개까지 절레절레 젓고 있자 저를 보고 있던 네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바보? 그게 누굴까 하는 반응을 보이는가싶더니 이내 누구를 칭하는 지를 깨달았는지 또 깔깔 웃기 바쁘다. 그러고 보면 얘는 옛날부터 참 잘 웃었지. 새삼스레 소꿉친구의 장단점을 체감하며 멋쩍게 웃었다.
“그나저나 미안하네. 어쨌든 손님인데.”
“우와, 이제 와서 완전 새삼?”
“그렇긴 한데~”
“됐거든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시지.”
입이 심심한데 딱히 먹을 건 없고, 그냥 만들어 먹을까나 라는 말에 신나했던 게 누구였더라. 넓게 핀 반죽을 파이 틀에 맞춰 눌러 넣은 뒤, 포크로 바닥을 콕콕 찍으며 하는 소리에 저입니다요~. 하고 순순히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걸. 가게에서 파는 것만큼이나 맛있으니까. 변명하듯이 종알종알 떠들고 있자 영광이로소이다~ 로 맞받아쳐온다. 서로를 마주 보다가 빵 웃어버리고 만다. 있지? 나는 타르트반죽이 도톰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좋아. 그리 펼치는 자기주장과는 달리 파이틀 안에 꼭 맞춰져 들어가 있는 타르트지는 조금 더 얇다. 이대로라면 아마 도톰하기보다는 조금 바삭하지 않을까 싶은데. 왜야? 테이블에 두 팔을 올려 겹치고 턱을 기대며 물으니 별걸 다 묻는 다는 시선이 돌아온다.
“그야, 너 바삭한 거 좋아하잖아.”
“……흐응.”
잘도 기억하고 있네. 웅얼거리는 감탄인데도 귀신같이 들었는지 어깨를 으쓱거린다. 몇 년 지기인데 설마 그것도 모를까. 그러면서 반죽을 휴지시키는 동안 만들어놨던 아몬드크림을 짤 주머니에 넣은 다음, 타르트지 안에 동그랗게 짜기 시작한다. 빙글빙글- 빙글빙글- 시계방향으로 몇 번이나 원을 그렸을까. 얼마 안 움직였는데 싶지만 어느새 타르트지 안으로는 크림이 가득 차있다. 참으로 별 것 아닌데도 구경할 때마다 신기하단 감상을 지울 수가 없다. 괜한 두근거림과 기대감에 기분이 둥실둥실 붕 떠오르는 것 같다. 이제 다 된 건가 싶은데 고무주걱을 집어 들더니, 크림을 고르고 평평하게 피기 시작했다. 손이 한번 움직이고 납작한 주걱이 움직일 때마다 그 모양대로 부드러운 크림이 매끄럽게 퍼진다. 됐다. 됐다, 이제 30분 정도 구우면 돼! 하면서 미리 예열해놓은 오븐에 파이 틀을 넣고 몸을 일으켜 허리를 툭툭 두드린다. 그런 일련의 행동들을 물끄러미 보면서 뺨을 간질이는 머리카락의 끝을 손가락으로 잡고 문지르다가 툭 놓아버렸다.
“이제 다 된 거야?”
“생크림은 만들어 놨으니까, 딸기만 정리하면.”
아, 딸기가 남아있었구나. 딸기 씻는 거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그건 내가 할까? 물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얌전히 자리에 있으라는 야박한 거절만 되돌아올 뿐이다. 소쿠리에 담겨져 있는 딸기를 들고 싱크대 쪽으로 돌아서는 등을 향해 너무하다고 빽빽 거려보지만 들어주지도 않으니 내 입만 아플 뿐이다. 어지간히도 신뢰가 없구나~ 그런 소리를 중얼거리며 의자 등받이에 쭉 늘어졌을까. 쏴아아- 물줄기가 쏟아지는 시원한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이내 흥에 들뜬 허밍이 섞여들기 시작했다. 저 애는 뭔가를 만들 때면 항상 잔뜩 들떠서 허밍을 곧잘 흥얼거리곤 했다. 매번 멜로디가 달라서 다른 곡인 줄 알았는데 가만히 듣고 있어보면 전부 한 곡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피아노 선생님인 아줌마의 자작곡으로 알고 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저 음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 당장 시집가도 되겠네, 소리를 들을 만큼 손재주는 별나게 좋으면서 음악 쪽으로는 영 꽝이란 말이지.
“있잖아?”
“응~”
금방 한다는 말마따나 그새 다 씻었는지 채에 딸기를 담아 물기를 털어내고는 접시를 들고 이쪽으로 도로 돌아온다. 과도를 들고는 반만 자를까, 3등분 할까. 라는 물음에 반이라 대답하면서 녀석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봤다.
“옛날부터 그랬지만, 너 뭐 만드는 거 되게 좋아하잖아.”
“응. 그랬지.”
“그거 안 귀찮아?”
“귀찮아.”
“헐, 완전 칼 대답!”
“뭐야, 그 반응. 당연한 거잖아?”
그냥 밖에서 사먹으면 되는데 번거롭게 말이야. 그러면서도 과도를 쥔 손은 여전히 딸기를 먹기 좋을 만큼 반으로 톡톡 자르고 있다. 상큼하고 달콤하게 혀뿌리에서 녹아내리는 딸기향이 굉장히 유혹적이어서, 못 참고 하나를 몰래 쏙 집어 들어 입에 넣게 된다. 냠냠. 맛나라. 그 꼴에 너무 막 주워 먹지 마. 올릴 게 없어지잖아? 라고 곧장 타박을 해온다. 하지만 말만 그렇지 딸기 너무 맛있다는 제 소리에 오냐오냐, 하며 자기 손 주위에 있던 딸기 중 색이 붉고 예쁜 것을 집어 들어 입에 넣어준다. 오물오물 잘도 받아먹자 그런 제 얼굴을 물끄러미 보더니 잘 먹는다, 내 새끼. 라며 씩 웃는다.
“너 단 과자 엄청 좋아하잖아. 하나뿐인 소꿉친구기도 하고, 어디까지나 먹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만드는 거라고 할까나.”
“그게 뭔…. 잠깐만. 이제 보니 너, 날 살찌워서 잡아먹을 속셈이었냐?”
“어머, 들킴? 은 농담. 뭘 먹어도 안찌는 주제에 그런 말 금지.”
“엑.”
*트위터에서 #내_문채로_보고싶은_상황 해시태그로
첫번째 무우님의 [케이크나 과자를 굽는 상황].
도저히 누구로 해야할지 몰라서 투닥투닥 소꿉친구 여자아이 둘로.
저기서 끝나는 거 맞습니다.
달달한 걸 원하셨을 것 같은데 망한거 같다 죄송합니다(_ _);;;;;